AI 기본법 시행령 개정…AI 취약계층 대폭 확대된다
정부가 인공지능(AI) 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AI 취약계층의 범위를 대폭 넓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오는 7월 21일 시행을 앞둔 AI기본법의 후속 조치로, 법에서 위임한 세부 기준과 지원 대상을 구체화한 것이 핵심이다.
AI 취약계층, 누가 새로 포함되나
기존 AI기본법에서 규정한 AI 취약계층은 장애인, 65세 이상 고령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전통적으로 디지털 소외 우려가 큰 계층이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여기에 경력단절 여성, 구직자, 농·어민, 비수도권 중소기업 재직자까지 새롭게 포함시켰다.
AI 서비스 이용 비용이 점차 증가하면서 디지털 접근성 격차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부각된 데 따른 결정이다. 실제로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주요 AI 서비스의 유료 요금제가 보편화되면서 월 구독료 부담이 새로운 형태의 정보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들 계층에 대해 AI 서비스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지원 서비스와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별도 사업 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일단 법적 지원 근거를 우선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정책의 속도보다는 법적 안정성을 먼저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향후 예산 확보와 지원 대상을 확정하는 후속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역 간 AI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비수도권 대학과 이공계 학생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될 예정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AI 인프라 격차는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로, 이번 정책이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공부문 AI 도입에도 속도 붙는다
이번 개정안의 또 다른 핵심은 공공부문의 AI 도입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다. 국가·공공기관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우선 검토하도록 의무화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공공 조달 시장을 통해 국내 AI 산업에 실질적인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 제품 도입 관련 면책 조항이다. 공공기관이 AI 제품을 도입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담당 공무원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담당자들이 책임 부담 때문에 AI 도입을 주저하는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AI 기술이 완벽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공공부문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AI 제품 범위, 어떻게 정해지나
AI 제품의 범위를 둘러싼 모호함도 이번 시행령에서 정리됐다. 정부는 한국AI·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기술 심사를 거쳐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선별할 계획이다. 이는 AI 제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선이 빚어지던 상황을 개선하려는 조치다.
또한 급변하는 AI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과기정통부 장관이 별도 고시로 대상을 추가 지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법 개정 속도를 앞지르는 AI 업계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접근 방식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이번 시행령에는 AI 스타트업 투자 확대 방안과 대학·기업 내 AI 연구소 설립 지원 기준도 함께 담겼다. AI 연구소 설립 기준이 명확해지면 기업과 대학의 AI 연구 투자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AI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규정 정비를 넘어 AI 산업 전반에 걸쳐 여러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AI 취약계층 지원을 통해 AI 서비스의 대중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AI 기술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사회적인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 AI 리터러시 향상과 AI 기반 서비스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공공 조달 시장에서 AI 제품 우선 구매 원칙이 적용되면 국내 AI 기업들에게 새로운 판로가 열린다. 그동안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AI 스타트업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 조달 시장의 특성상 한번 진입하면 장기적인 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AI 기업들의 성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셋째, 면책 조항 도입으로 공공부문의 AI 도입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AI 도입 후 발생할 수 있는 오류나 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 때문에 적극적인 도입을 꺼려왔다.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 AI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바로 담당자의 책임 부담이었다. 이번 조치로 AI 기술의 공공 서비스 적용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AI 연구소 설립 지원 기준이 마련되면서 기업과 대학의 AI 연구 투자가 촉진될 전망이다. 연구소 설립에 따른 세제 혜택이나 정부 지원이 구체화되면 민간의 AI 투자가 한층 활발해질 수 있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AI정책실장은 “공공 조달 시장에서 AI 제품·서비스 도입을 확대하고, 연구소 설립을 통해 민·관 투자를 촉진하는 등 AI 산업 발전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AI 기본법, 지금까지의 여정
AI기본법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내에서 AI 기술의 개발과 이용에 관한 기본 원칙과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한 최초의 법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률은 크게 AI 기술 진흥, AI 윤리 원칙, AI 안전 관리, AI 취약계층 보호 등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법률 제정 이후 정부는 후속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AI 윤리 원칙 수립, AI 안전 관리 체계 구축, AI 취약계층 보호 방안 등 각 분야별로 세부 정책을 준비해 왔으며, 이번 시행령 개정은 그중에서도 AI 취약계층 보호와 공공부문 AI 도입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5월 21일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오는 6월까지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후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7월 21일 AI기본법 시행과 함께 시행령도 동시에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정리하며
AI 기술이 생활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정부의 정책적 대응도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AI 취약계층을 기존 장애인·고령자에서 경력단절 여성, 구직자, 중소기업 재직자 등으로 확대한 것은 AI 기술이 더 이상 특정 계층만의 도구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일상이 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공공부문 AI 도입 면책 조항과 AI 제품 우선 구매 원칙도 주목할 만하다. 기술 도입에 따른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디지털 전환의步伐을 늦추지 않겠다는 정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AI 스타트업에게는 공공 조달 시장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는 셈이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관련 정책과 제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AI 기본법 시행령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그리고 AI 취약계층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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