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2·리니지 클래식 연타석 흥행…엔씨소프트, PC 매출 9년 만에 모바일 역전

아이온2와 리니지 클래식의 연이은 성공이 엔씨소프트의 실적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2026년 1분기, 엔씨소프트는 PC 게임 부문에서만 318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겼다. 특히 2017년 리니지M이 모바일 시장을 열면서 PC 비중이 줄어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분기는 PC 게임의 부활을 알리는 상징적인 이정표가 되었다.

아이온2, 출시 46일 만에 1000억 돌파

지난해 11월 한국과 대만에 동시 출시된 아이온2는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언리얼 엔진5 기반의 고사양 그래픽을 자랑하는 이 게임은 자동 사냥을 과감히 없애고 수동 전투 중심의 설계로 방향을 잡았다. 과금 구조에서도 변화를 줬다. 뽑기(가챠) 대신 배틀패스와 멤버십, 치장 아이템 위주로 구조를 짜면서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이온2의 1분기 매출은 1368억원으로 PC 매출의 43%를 차지했다. 전 분기 대비 77% 성장한 수치다. 사전 캐릭터 이름 선점 이벤트가 시작 2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출시 전부터 높은 기대를 모았고, 일일 활성 이용자(DAU) 150만 명이라는 지표가 흥행을 증명했다. 기존 MMORPG와 달리 수동 조작을 강조한 게임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자동 사냥에 익숙해진 유저들에게 수동 전투는 새로운 도전 과제이자 재미 요소로 작용했고, 이는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리니지 클래식, 추억 마케팅의 진화

1998년 처음 출시된 오리지널 리니지를 원형 그대로 재현한 리니지 클래식도 성공 가도에 합류했다. 지난 2월 11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은 기사, 요정, 마법사, 군주 4개 클래스와 말하는 섬, 용의 계곡, 기란 등 초기 버전의 지도를 그대로 살려 올드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단순한 그래픽과 복잡한 시스템보다 직관적인 플레이에 방점을 찍은 결정이 주효했다.

흥미로운 점은 과금 방식이다. 리니지 클래식은 월 2만9700원의 정액제를 채택했다. 부분 유료화와 확률형 아이템이 업계 표준이 된 시대에, 월정액이라는 단순하고 투명한 구조가 오히려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했다. 게임 내 추가 결제 없이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어필한 것이다. 출시 후 90일 누적 매출은 1924억원에 달한다. 1분기 회계 매출만 835억원으로 집계됐으며, PC 리니지 전체 매출도 998억원으로 전년 동기 245억원의 약 4배로 뛰어올랐다.

리니지 클래식의 흥행은 예상 밖의 연령층에서도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30~40대 이상 복귀 이용자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0~30대 신규 유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 고객도 많이 유입돼 상당히 오랜 시간 DAU가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즉, 리니지 클래식은 단순한 복고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에게도 통할 수 있는 게임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길드워2, 북미에서도 선전

엔씨소프트의 북미 스튜디오 아레나넷이 개발한 길드워2도 1분기 매출 32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5% 성장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원작을 리마스터한 길드워 리포지드(Guild Wars Reforged)를 출시해 IP를 확장한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힘입어 엔씨소프트의 해외 매출 비중도 전년 동기 35%에서 42%로 확대됐다. PC MMORPG 3종(아이온2, 리니지 클래식, 길드워2)이 각각 다른 연령대와 시장을 공략한 점이 매출 다각화에 성공한 비결로 분석된다.

모바일 의존도를 벗어난 전략적 전환

2017년 리니지M 출시 이후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에 크게 의존해왔다. 리니지M과 리니지2M, 리니지W 등 모바일 라인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PC 게임은 점차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이번 1분기 PC 매출이 전체의 57%를 차지하면서 구조가 확연히 달라졌다. 모바일과 PC의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아이온2의 전략이 주효했고, 리니지 클래식이라는 확실한 캐시카우가 더해진 결과다.

PC 부문의 성장은 단기적인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6월 아이온2의 출시 6개월 기념 이벤트와 시즌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더 중요한 움직임은 글로벌 시장 공략이다. 올해 3분기에는 북미, 남미, 유럽, 일본에 아이온2를 출시할 예정이다. 6월 초 서머 게임 페스트(Summer Game Fest) 참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한다.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한국형 MMORPG의 매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변화하는 게임 트렌드, 무엇을 의미하나

엔씨소프트의 이번 실적은 몇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이용자들은 단순한 자동 사냥 게임보다 수동 조작과 전략이 필요한 게임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는 점이다. 아이온2의 성공이 이를 증명했다. 자동 사냥이 편리함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는 플레이어의 선택과 조작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셈이다.

둘째, 정액제와 같은 전통적인 과금 모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리니지 클래식의 월정액 모델은 확률형 아이템 뽑기와 부분 유료화에 지친 이용자들에게 신선한 대안으로 작용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단기 매출이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셋째, PC 게임 시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이용자들은 더 나은 그래픽과 깊이 있는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는 PC 게임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복고 현상이 아니라 게임 시장의 성숙에 따른 자연스러운 진화로 볼 수 있다. 스팀(Steam)을 비롯한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의 성장세도 이러한 트렌드를 뒷받침한다.

앞으로의 과제: 글로벌 확장과 지속 가능성

아이온2의 글로벌 출시는 엔씨소프트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미 아이온2는 국내에서 검증된 만큼, 과제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 어떻게 현지화된 전략으로 접근하느냐에 달려 있다. 박병무 공동대표가 “TL 등의 서비스와 비교해 본격적인 마케팅 이전임에도 여러 지표가 훨씬 좋다”고 밝힌 점에서 글로벌 성공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형 MMORPG가 성공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엔씨소프트가 아이온2를 통해 서구권 게이머들의 취향을 얼마나 잘 공략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다. 아이온2의 글로벌 흥행이 현실화된다면 엔씨소프트는 국내 1위 게임사를 넘어 글로벌 퍼블리셔로 도약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9년 만의 PC 매출 역전 드라마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성장 동력의 시작이 될지는 2026년 하반기 글로벌 출시 성과가 가를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의 변화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련 글: 한컴의 대변신부터 K-게임 신기록까지! IT 핫이슈 | 카카오 노조 파업, IT 노사 관계 새 국면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