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미만 스마트폰이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겉으로는 저가폰 판매 부진처럼 보이지만, 안쪽을 들여다보면 AI 데이터센터가 끌어올린 메모리값이 스마트폰 가격표까지 밀어 올리는 흐름에 가깝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집계한 올해 2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100달러 미만 초저가 모델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4% 줄었다.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보다 훨씬 가파른 낙폭이다. 이제 보급형 스마트폰은 단순히 ‘싸게 사는 폰’이 아니라, 원가 상승을 버틸 수 있는 브랜드와 통신사 보조금 구조까지 함께 봐야 하는 제품군이 됐다.
저가폰을 먼저 밀어낸 메모리값 압박
스마트폰 가격을 움직이는 부품은 디스플레이, 카메라, AP만이 아니다. 램과 저장장치도 가격표에 바로 영향을 준다. 문제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메모리 수요가 스마트폰 밖에서 강하게 붙고 있다는 점이다.
AI 모델을 학습하고 돌리는 데이터센터는 대량의 고성능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 제조사가 같은 공정과 공급망 안에서 서버용 메모리와 모바일용 메모리를 함께 조달해야 한다면, 가격 협상력은 자연스럽게 대형 고객과 고가 제품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초저가 스마트폰은 이 압박을 흡수할 공간이 거의 없다. 100달러 미만 제품은 원래부터 마진이 얇고, 부품 하나만 올라가도 전체 가격 구조가 흔들린다. 프리미엄폰처럼 저장용량 옵션을 나눠 가격을 올리거나, 고급 기능을 붙여 인상 명분을 만들기도 어렵다.
▲ 100달러 미만 모델은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
▲ 중소 제조사는 대형 브랜드보다 부품 선점력이 약하다
▲ 통신사 보조금이 줄면 소비자는 바로 가격 상승을 체감한다
100달러 미만 스마트폰이 사라지는 장면
미국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애플, 삼성전자, 모토로라, 구글 등 주요 4대 제조사의 판매량은 4% 줄어든 수준이었지만, 나머지 중소 제조사는 45% 급감했다. 같은 침체라도 체감 온도가 전혀 달랐던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구간은 선불폰 시장이다. 미국에서는 통신비를 아끼려는 이용자가 선불 요금제와 저렴한 단말을 함께 고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100달러 미만 화이트라벨 스마트폰 판매가 크게 줄었다. 부품값이 오르면서 이름 없는 초저가폰과 삼성 갤럭시 A 시리즈, 모토로라 모토 G 시리즈 사이의 가격 차이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단순해진다. 아주 싼 무명 브랜드를 고르는 대신, 조금 더 보태서 업데이트와 AS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브랜드 모델을 택하는 쪽으로 이동한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삼성과 모토로라가 선불폰 시장 점유율을 넓힌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 흐름은 국내 소비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예전에는 ‘서브폰’이나 부모님용 폰을 고를 때 무조건 낮은 가격을 먼저 봤지만, 요즘은 업데이트 기간, 배터리, 저장공간, 통신사 지원까지 함께 따진다. 싸게 샀는데 1년 뒤 앱 설치 공간이 부족하거나 보안 업데이트가 끊기면, 실제 비용은 더 커진다.
삼성·모토로라가 얻은 뜻밖의 기회
메모리값 상승은 모든 제조사에 부담이지만, 대형 브랜드에는 다른 식으로 작동한다. 삼성전자나 모토로라 같은 제조사는 대량 구매와 통신사 협상력을 통해 부품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중소 브랜드가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물러난 자리에 보급형 라인업을 밀어 넣을 여지도 생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에서는 미국 선불폰 시장 판매량이 줄어든 와중에도 삼성전자와 모토로라의 점유율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토로라는 일부 모토 G 시리즈 가격을 올리며 200~299달러 구간 비중을 키웠고, 삼성전자도 갤럭시 A17 가격을 50달러 인상했다.
이 대목은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의 기준선이 올라가고 있다는 신호다. 예전의 보급형은 ‘최대한 싼 가격’이 강점이었다. 이제는 200달러대에서도 브랜드 신뢰도, 기본 저장공간, 배터리 사용시간, 업데이트 정책이 구매 이유가 된다. 가격이 조금 높아져도 오래 쓸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소비자는 완전히 이탈하지 않는다.
최근 폴더블과 프리미엄폰 가격 흐름을 다룬 폴더블 아이폰 가격 변화 글과도 같은 축에 있다. 위쪽에서는 초고가 폼팩터가 가격 상단을 밀고, 아래쪽에서는 메모리값이 초저가 제품을 밀어낸다. 스마트폰 시장의 양끝이 동시에 움직이는 셈이다.
아이폰18 가격 인상설까지 번진 부품 싸움
이번 이슈가 초저가폰에만 머물지 않는 이유는 하반기 프리미엄폰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 아이폰18 시리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이 3분기에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아이폰은 미국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새 아이폰 가격이 올라가면 전체 시장 평균가격도 함께 올라간다. 다만 실제 소비자 체감은 통신사 보조금에 따라 달라진다. 통신사가 번호이동이나 고가 요금제 조건으로 가격 인상분을 흡수하면, 소비자는 출고가 상승을 바로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문제는 보조금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단말 가격이 올라간 만큼 장기 약정, 고가 요금제, 기기 반납 조건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검색자가 궁금해할 질문도 여기서 갈린다. “저가폰이 줄면 보급형을 지금 사야 하나”, “아이폰 가격이 오르면 통신사 할인이 답인가” 같은 판단이다.
답은 단순하지 않다. 급하게 바꿀 이유가 없다면 출시 직후 가격보다 몇 달 뒤 프로모션을 보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반대로 현재 쓰는 폰의 배터리와 저장공간이 이미 한계라면, 100달러 미만 초저가 제품만 기다리기보다 200달러대 브랜드 보급형을 비교하는 쪽이 현실적이다.
보급형 스마트폰을 고르는 기준선 변화
앞으로 보급형 스마트폰을 볼 때는 출고가 하나만 보면 판단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같은 200달러대라도 램 용량, 저장공간, 업데이트 기간, 통신사 할인 조건에 따라 실제 사용 기간이 달라진다. 메모리값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제조사는 가장 먼저 용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사용자가 확인할 조건은 비교적 분명하다. 최소 저장공간이 넉넉한지, 앱을 여러 개 켜도 버틸 램을 갖췄는지, 보안 업데이트가 얼마나 이어지는지, 통신사 할인 조건이 요금제 인상으로 되돌아오지 않는지 봐야 한다. 보급형일수록 이 네 가지가 더 중요해진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프리미엄폰만 비싸지는 구조가 아니다. AI 인프라 경쟁이 메모리를 끌어가고, 그 여파가 가장 가격에 민감한 저가폰부터 흔들고 있다. 다음 교체 때 체감하게 될 변화는 카메라 스펙보다 가격대별 선택지의 감소일 수 있다. 초저가폰이 사라진 빈자리를 누가 채우는지가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의 새 기준을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