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도 시청자위원회 의무 설치…업계 “매달 회의·보고” 부담 호소

시청자 권익 보호, 확대는 좋은데…운영 부담이 문제

올해 2월부터 유료방송 사업자들도 시청자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지난해 8월 공포된 개정 방송법(방송3법 후속)이 시행되면서, 종합유선방송(SO), 위성방송, IPTV, 홈쇼핑 PP까지 시청자위원회 설치 대상에 포함됐거든요.

기존에는 지상파와 종편·보도 채널 위주로만 적용되던 규제가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확대된 건데요.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분명 좋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행된 지 석 달여가 지난 지금,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도대체 시청자위원회가 뭘까?

시청자위원회는 방송 편성과 프로그램 내용, 자체심의규정 등에 대해 의견을 내거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시청자 권익 보호 기구입니다. 방송사가 시청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만드는 장치인 셈이죠. 그동안은 지상파 방송사 위주로 운영돼 왔는데, 이번에 유료방송까지 확대되면서 업계 전반에 걸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은 더 이상 단순한 ‘방송 전달자’가 아닙니다. 자체 편성과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도 함께 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청자위원회 의무화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업자들이 대상인가?

이번 규제 확대의 적용 범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지역 케이블TV를 운영하는 사업자고요, 위성방송은 스카이라이프 같은 사업자입니다. IPTV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해당되죠. 마지막으로 홈쇼핑 PP는 TV홈쇼핑 채널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입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지역 SO중소 PP의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기업 계열사는 인력과 예산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만, 지역 단위 사업자는 별도의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월 1회 회의, 매달 보고…”안건 찾기도 버거워”

문제는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있습니다. 방송법 시행령 제64조를 보면 시청자위원회는 10인 이상 15인 이내로 구성해야 하고, 정기회의를 매월 1회 이상 열어야 합니다. 심의 결과 조치가 필요한 경우 회의 종료 후 한 달 안에 처리 계획과 결과를 보고해야 하고, 월간 운영실적도 다음 달 20일까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시청자위원회 자체는 기존에도 운영해 왔지만, 월별로 진행하고 정부 기관에 실적을 매달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고 털어놨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매달 발제할 거리나 안건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안건을 만들려면 그만큼 내부 인력이 들어간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54개 SO 재허가 과정에서는 ‘분기별 최소 1회 운영’이 조건이었는데요. 이번 시행령은 월 1회로 기준이 훨씬 강화되면서 체감 부담이 더 커진 상황입니다. 분기마다 열던 회의를 매달 열려면 준비해야 할 자료와 논의할 안건도 세 배로 늘어나는 셈이니까요.

위원 구성부터 수당까지…예상치 못한 비용

위원 구성을 위한 추천 기반 확보도 만만치 않은 과제입니다. 시청자위원은 시청자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 추천을 받아 위촉해야 하는데, 지역 단위 사업자는 권역별로 시청자단체, 소비자단체, 문화·청소년·여성·장애인 관련 단체 등 다양한 추천 기반을 꾸준히 확보해야 합니다. 지역에 따라 적합한 단체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위원 충원 자체가 난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국회(임시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

회의 참석 수당 등 운영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법정 의무 확대가 단순히 회의체 하나를 더 두는 문제가 아니라, 위원 섭외, 회의 운영, 수당 지급, 보고 업무까지 이어지는 행정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지역 단위 사업자의 경우 인력과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곳이 많아 부담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반론: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플랫폼, 예외될 수 없어”

물론 다른 시각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SO, IPTV, 위성방송은 국민 상당수가 이용하는 방송 플랫폼이고, 홈쇼핑 PP는 소비자 권익과 직접 맞닿아 있는 만큼 시청자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방송 편성, 지역정보 제공, 홈쇼핑 상품 판매 과정에서 시청자 목소리를 듣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거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업계 의견을 듣고 제도 운용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법 개정으로 변화된 부분이 있어 당장 이행이 어려운 면이 있다는 의견을 회의 등을 통해 들었다”며 “의견을 조금 더 들어보고 내부 검토를 거쳐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가 관건

결국 핵심은 제도 운용의 유연성입니다. 시청자 권익 보호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업계의 행정 부담을 덜어줄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회의 빈도를 기존 SO 재허가 조건과 유사한 분기별 최소 1회로 조정하거나, 보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청자위원회가 형식적인 행정 절차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미 자체적으로 시청자 의견을 수렴하는 채널을 운영 중인 사업자가 많은 만큼, 기존 시스템과의 중복을 줄이고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규제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소비자 권익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과도한 행정 부담으로 현장이 멈추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근 방송통신 업계는 KT의 통신 품질 특별 점검처럼 품질과 서비스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새 규제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이 대폭 강화되는 등 IT·방송 업계를 둘러싼 규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새 제도가 단순한 행정 부담으로 끝나지 않고, 플랫폼과 이용자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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