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다음은 안경이다” AI 글라스, 메타 94% 독주에 삼성·애플 참전

AI 글라스 출하량이 1년 새 급증하며 메타 레이밴이 시장을 사실상 선점했다. 삼성·구글·애플 참전이 예고된 지금, 구매 기준은 화려한 AR보다 착용감과 배터리로 이동하고 있다. 얼굴 위 웨어러블 경쟁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AI 글라스 시장이 숫자로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AI 글라스 출하량은 1년 전보다 263% 늘었고, 그 중심에는 메타와 레이밴 조합이 있다. 아직 스마트폰을 대체할 기기라고 보기는 이르지만, 카메라와 음성 AI를 얼굴 위에 올리는 흐름은 이미 소비자 제품 경쟁으로 넘어왔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메타의 점유율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 기준 메타는 글로벌 AI 글라스 시장의 94%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 구글, 애플이 모두 이 영역을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 웨어러블 전쟁은 손목이 아니라 눈앞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머니 밖으로 나온 AI 경쟁

AI 글라스는 단순히 안경에 챗봇을 넣은 제품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사진을 찍고, 음성으로 정보를 부르고, 이어폰처럼 통화와 음악을 처리하는 기기다. 스마트폰이 모든 기능의 중심이었다면 AI 글라스는 그중 일부를 더 빠른 위치로 옮긴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주머니에서 꺼내고, 앱을 열고, 화면을 보며 조작해야 한다. 반면 안경형 기기는 사용자의 시선과 거의 같은 위치에서 바로 기록을 시작한다. 여행, 운동, 육아, 현장 작업처럼 손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는 체감 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지금의 AI 글라스가 영화 속 AR 안경처럼 눈앞에 화면을 띄우는 단계는 아니다. 현재 시장의 대부분은 디스플레이가 없는 형태다. 화면을 보여주기보다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AI 음성 기능을 안경테 안에 넣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가격과 무게를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었고, 소비자 제품으로 먼저 확산됐다.

메타 레이밴이 만든 94% 장벽

메타가 AI 글라스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배경에는 기술보다 제품 감각이 먼저 있다. 레이밴이라는 익숙한 안경 브랜드를 붙이면서 ‘전자기기처럼 보이는 안경’이 아니라 ‘안경처럼 보이는 전자기기’에 가까워졌다. 웨어러블은 기능만큼 착용감과 외형이 중요하다는 점을 제대로 찌른 셈이다.

스마트워치도 처음에는 작은 스마트폰처럼 접근했지만, 결국 시계다운 디자인과 건강 기능이 결합되면서 대중화됐다. AI 글라스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너무 미래적으로 보이면 호기심은 끌 수 있지만 매일 쓰기 어렵다. 반대로 평범한 안경처럼 보이면 카메라와 AI 기능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언급한 94% 점유율은 그래서 단순한 판매 성적표가 아니다. 메타가 초기 소비자 인식을 거의 선점했다는 뜻에 가깝다. “AI 안경”이라는 제품군을 떠올릴 때 많은 사람이 레이밴형 디자인을 먼저 생각하게 되면, 후발 주자는 기능뿐 아니라 이미지까지 다시 설득해야 한다.

화면 없는 모델이 먼저 팔리는 이유

현재 AI 글라스 출하량의 대부분은 디스플레이 미탑재형 제품이다. 전체 출하량의 96%가 이 유형으로 집계됐다. 눈앞에 화면을 띄우는 AR 글라스보다 카메라와 음성 AI 중심 제품이 훨씬 빨리 팔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유는 현실적이다. AR 디스플레이를 넣으면 부품이 늘고 무게가 증가한다. 배터리 소모도 커진다. 안경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달리 얼굴에 오래 얹어두는 제품이라 몇십 그램 차이도 체감된다. 멋진 기능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조건이 착용감과 배터리인 셈이다.

조선비즈
출처: 조선비즈

가격도 중요하다. AR 기능이 들어간 제품은 아직 일반 소비자가 가볍게 사기 어렵다. 반면 디스플레이가 없는 AI 글라스는 선글라스나 고급 블루투스 이어폰 가격대와 비교되기 쉽다. 구매 이유도 명확하다. 사진 촬영, 통화, 음악, 음성 AI처럼 이미 익숙한 사용성을 안경으로 옮겨오는 구조라 설명이 쉽다.

이 흐름은 국내 소비자에게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AI 글라스를 고를 때 “화면이 있느냐”보다 “무게가 부담 없는가”, “카메라 화질이 일상 기록에 충분한가”, “음성 인식과 통화 품질이 쓸 만한가”가 먼저 따져야 할 항목이 된다.

삼성·구글·애플이 노리는 다음 자리

삼성전자는 구글, 젠틀몬스터 등과 손잡고 인텔리전트 아이웨어 출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갤럭시 워치, 갤럭시 버즈로 이어지는 갤럭시 생태계에 얼굴 착용형 기기를 더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AI 기능을 안경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애플 역시 시리와 애플 인텔리전스를 기반으로 한 디스플레이 미탑재형 스마트 글래스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이 바로 고가 AR 헤드셋의 축소판을 내놓기보다 가벼운 안경형 제품을 보는 이유도 시장 반응 때문이다. 소비자는 아직 눈앞의 거대한 가상 화면보다, 매일 쓸 수 있는 가벼운 보조 기기에 더 빨리 반응하고 있다.

구글의 변수도 크다. 안드로이드, 지도, 검색, 제미나이 같은 서비스는 안경형 기기와 잘 맞는다. 길 안내, 번역, 사진 검색, 일정 확인 같은 기능은 손에 든 스마트폰보다 시선 가까운 기기에서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다만 개인정보와 촬영 알림, 배터리, 발열 같은 현실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카메라를 뺀 메타 스마트글라스 전략을 다룬 이전 글처럼, 시장은 기능 경쟁과 신뢰 경쟁을 동시에 지나고 있다.

구매 기준은 스펙보다 착용 시간

AI 글라스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비교 기준은 스마트폰과 다르게 잡아야 한다. 칩 성능이나 AI 모델 이름도 중요하지만, 실제 구매 판단에서는 하루에 얼마나 오래 쓰는지가 더 크게 작용한다. 안경은 잠깐 성능을 체험하는 기기가 아니라 얼굴에 얹고 생활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볼 항목은 무게와 균형이다. 렌즈와 테, 배터리 위치가 어색하면 30분만 써도 부담이 온다. 두 번째는 배터리 지속 시간이다. 사진 몇 장과 통화 몇 번에 배터리가 빠르게 줄면 웨어러블의 장점이 사라진다. 세 번째는 촬영 표시와 개인정보 보호 장치다. 주변 사람이 촬영 여부를 알 수 있어야 제품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든다.

국내 시장에서는 디자인 협업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삼성과 젠틀몬스터 조합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보다 착용 이미지를 바꿀 수 있어서다. 안경은 얼굴 인상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제품이다. 스마트폰처럼 케이스로 가릴 수 없고, 이어폰처럼 작게 숨길 수도 없다. 결국 “기능이 많은가”보다 “매일 쓰고 싶은 모습인가”가 시장을 가를 가능성이 높다.

AI 글라스는 아직 완성된 대체 기기가 아니다. 하지만 출하량 263% 증가와 메타의 94% 점유율은 이 시장이 실험실을 벗어나 소비자 제품 경쟁으로 이동했다는 신호다. 스마트폰 다음 기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화면이 달린 미래형 안경보다, 먼저 가볍고 오래 쓰는 AI 안경의 확산 속도를 봐야 한다.

Avatar photo
Ralph

hip-studio 운영자. 스마트폰, PC, 게임, 가전, AI 서비스처럼 실제 사용자가 검색하고 비교하는 IT 주제를 가격·스펙·사용 조건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단순 보도자료 재배포보다 구매 전 확인할 기준과 사용자가 체감할 변화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기사 : 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