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이어폰 선택지가 조금 달라지고 있다. 소리를 더 세게 막는 노이즈캔슬링 경쟁에서, 이제는 귀를 막지 않고 오래 끼는 오픈형 이어폰 쪽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에 따르면 귓구멍을 막지 않는 OWS(Open Wearable Stereo) 제품군은 올해 2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보다 약 12% 늘었다. 전체 완전무선이어폰 시장이 소폭 주춤한 것과 반대로, 클립온·이어훅 형태의 오픈형 이어폰은 별도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보다 사용 장면의 변화에 가깝다. 지하철 안에서 음악만 듣는 사람보다, 사무실과 길거리, 운동 중에 이어폰을 계속 끼고 있는 사람이 늘었다. 귀를 완전히 막는 제품이 주는 몰입감은 강하지만, 하루 종일 착용하기에는 답답함과 피로감이 따라온다.
ANC 피로감이 만든 새 수요
무선이어폰 시장의 지난 몇 년은 노이즈캔슬링 경쟁이었다. 지하철 소음, 카페 배경음, 항공기 엔진음을 얼마나 지우느냐가 프리미엄 제품의 기준처럼 여겨졌다. 애플 에어팟 프로, 삼성 갤럭시 버즈, 소니 WF 시리즈가 모두 이 흐름 안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하지만 모든 사용자가 강한 차음성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출근길 횡단보도에서 차 소리를 들어야 하고, 사무실에서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놓치면 곤란하다. 러닝이나 자전거처럼 주변 상황을 계속 확인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귀를 막는 이어버드가 오히려 부담이 된다.
오픈형 이어폰은 이 틈을 파고든다. 귀 안쪽을 밀폐하지 않고 귀 주변에 걸치거나 귓바퀴에 고정하는 방식이라 주변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배경처럼 틀어두면서도 바깥 상황을 완전히 끊지 않는 제품군이다.
물론 음질만 놓고 보면 밀폐형 제품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저음이 새지 않고, 외부 소음도 덜 들어온다. 오픈형 이어폰은 조용한 공간보다 생활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강점이 분명해진다. ‘최고의 음질’보다 ‘오래 끼고도 덜 피곤한 이어폰’을 찾는 사용자에게 더 잘 맞는다.
샥즈가 먼저 잡은 착용감 시장
이번 OWS 시장에서 눈에 띄는 브랜드는 샥즈다. 옴디아 자료 기준 샥즈는 올해 2분기 OWS 제품을 110만 대 출하하며 10.3%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 증가율은 107.9%에 달했다.
샥즈가 강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 브랜드는 원래 골전도 이어폰과 운동용 오픈형 제품에서 출발해 ‘귀를 막지 않는 이어폰’이라는 이미지를 오래 쌓아왔다. 최근에는 골전도 특유의 음질 한계를 줄이고, 일반 스피커 방식의 오픈핏 제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OWS 시장 2위권에는 사낙, 화웨이, 베이스어스, 에디파이어 같은 브랜드가 올라와 있다. 고가 프리미엄 한쪽만 커지는 구조가 아니라, 중국계 가성비 브랜드와 스포츠 특화 브랜드가 동시에 치고 들어오는 모양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졌다. 예전에는 오픈형 이어폰이라고 하면 운동용 보조 기기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출근용·사무실용·통화용 제품으로도 충분히 비교 대상이 된다. 특히 장시간 착용, 귀 통증, 귓속 압박감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기존 커널형 이어폰보다 먼저 눈여겨볼 만하다.
통화와 안전성이 가격표를 움직인다
오픈형 이어폰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볼 것은 음질보다 사용 환경이다. 실내에서 집중해서 음악을 듣는 시간이 길다면 여전히 커널형 ANC 이어폰이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 반대로 걷기, 운동, 사무실 통화, 배달·이동 업무처럼 주변 소리를 놓치면 안 되는 상황이 많다면 OWS 쪽이 더 현실적이다.

특히 통화 품질은 가격을 가르는 요소가 된다. 귀를 막지 않는 구조에서는 마이크와 소음 처리 성능이 중요해진다. 주변 소리를 열어두는 장점이 통화에서는 배경 소음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설명에서 AI 통화 노이즈 감소, 빔포밍 마이크, 바람 소리 저감 같은 항목이 실제 사용성에 꽤 큰 영향을 준다.
착용 방식도 확인해야 한다. 클립온은 귀에 가볍게 걸리는 느낌이 좋지만 귀 모양에 따라 고정감 차이가 크다. 이어훅 방식은 운동할 때 안정적이지만 안경과 함께 쓸 때 걸리적거릴 수 있다. 귓바퀴가 작은 사람은 매장 체험이나 반품 가능 조건을 먼저 보는 편이 안전하다.
무선이어폰 ANC보다 통화품질이 중요한 사람을 위한 구매 기준에서도 짚었듯, 이어폰 선택은 스펙표보다 생활 패턴에 더 크게 좌우된다. 오픈형 이어폰은 그 기준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제품군이다.
에어팟·갤럭시 버즈가 놓친 틈
흥미로운 점은 전체 TWS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않는 동안 OWS만 따로 커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TWS 출하량은 8210만 대로 전년 동기보다 0.7% 줄었다. 애플은 여전히 20.5%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지만, 시장 전체의 성장세는 예전만큼 가파르지 않다.
이는 소비자가 이어폰을 새로 살 때 단순히 ‘더 좋은 에어팟’만 찾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커널형 ANC 이어폰을 하나 갖고 있는 사람이 두 번째 제품으로 오픈형 이어폰을 찾는 흐름이 생겼다. 음악 감상용 하나, 운동·업무용 하나로 역할을 나누는 식이다.
삼성과 애플 입장에서도 이 흐름은 가볍지 않다. 스마트폰 생태계에 묶인 이어폰 시장은 여전히 강하지만, 착용감과 사용 장면이 중심이 되는 순간 브랜드 충성도는 조금 약해질 수 있다. 귀가 편한 제품, 통화가 잘 되는 제품, 운동할 때 빠지지 않는 제품이 더 직접적인 선택 기준이 된다.
OWS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액세서리라기보다 생활형 웨어러블에 가깝다. 그래서 가격대가 다양하고, 디자인도 이어버드보다 더 과감하다. 귀걸이처럼 보이는 제품, 클립처럼 물리는 제품, 스포츠 고글과 어울리는 제품까지 나오는 이유다.
두 번째 이어폰으로 커지는 시장
오픈형 이어폰이 모든 이어폰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음악에 몰입하고 싶거나, 비행기 안에서 소음을 줄이고 싶다면 ANC 커널형 제품이 여전히 강하다. 저음의 밀도와 차음성도 구조상 커널형이 유리하다.
대신 OWS 이어폰은 이어폰 사용 시간을 늘린 사람들에게 다른 해법을 준다. 하루 종일 귀를 막고 있기 힘든 사람, 운동 중 안전이 신경 쓰이는 사람,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빼고 끼는 일이 귀찮은 사람에게는 더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된다.
2030년 OWS 출하량이 전체 TWS의 약 5분의 1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은 이 제품군이 틈새를 넘어 별도 시장으로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어폰 경쟁의 중심이 노이즈를 얼마나 지우느냐에서, 일상에 얼마나 오래 붙어 있을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다음 이어폰을 고를 때는 ANC 수치만 볼 필요가 없다. 조용한 몰입이 필요한 시간과 바깥 소리를 열어둬야 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나눠보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오픈형 이어폰의 성장은 바로 그 계산법이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