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리모컨 전쟁 시작됐다” 삼성·LG 스마트홈, AI 허브 앞에서 벽 허문다

삼성·LG 스마트홈 개방 경쟁은 단순한 호환성 확대가 아니다. AI 허브가 집 안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전, 가전업체들이 연결 경험을 다시 설계하는 장면이다. 새 가전을 살 때 브랜드보다 연결성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전 시장의 다음 경쟁은 새 냉장고나 세탁기 한 대가 아니라, 집 안의 모든 기기를 누가 먼저 묶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과 LG가 스마트홈 생태계의 벽을 낮추는 흐름은 단순한 호환성 개선보다 훨씬 큰 변화다. AI가 집 안의 조명, 난방, 세탁기, TV, 전기차 충전기까지 한꺼번에 다루는 시대가 오면 한 회사 제품만 붙잡는 방식으로는 사용자를 오래 묶어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흐름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LG 계열 스마트홈 플랫폼이 삼성 기기까지 연결하고, 삼성 스마트싱스도 이케아와 다른 제조사 기기를 더 폭넓게 받아들이는 장면이다. 예전에는 “같은 브랜드로 맞춰야 편하다”는 논리가 강했지만, 이제는 “다른 브랜드라도 잘 연결되는 집”이 더 큰 상품성이 되고 있다.

폐쇄형 스마트홈이 흔들리는 순간

스마트홈은 오래전부터 익숙한 단어였지만 실제 사용 경험은 기대보다 느리게 퍼졌다. 가장 큰 이유는 연결의 번거로움이었다. 냉장고는 A사 앱, TV는 B사 앱, 조명은 별도 허브, 로봇청소기는 또 다른 앱에 묶이는 식이면 사용자는 결국 리모컨과 앱을 번갈아 쓰게 된다.

가전업체가 자기 제품 중심의 생태계를 고집했던 배경도 분명하다. 한 번 자사 플랫폼에 묶이면 다음 가전 교체 때 같은 브랜드를 고를 가능성이 커진다.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TV가 한 앱 안에서 움직인다는 메시지는 판매 현장에서 꽤 강한 설득 포인트였다.

문제는 AI 홈으로 넘어가면서 이 방식의 한계가 커졌다는 점이다. AI가 집 안 상황을 이해하고 자동으로 움직이려면 기기 종류와 브랜드가 넓게 연결돼야 한다. 거실 조명이 켜져 있는지, 실내 온도가 어떤지, 세탁이 끝났는지, 전기요금이 싼 시간대인지 같은 정보를 모아야 쓸 만한 자동화가 만들어진다. 특정 브랜드 몇 개만 연결되는 플랫폼으로는 AI 홈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삼성·LG가 서로의 기기를 받아들이는 계산

LG전자가 인수한 스마트홈 업체 앳홈은 스마트홈 컨트롤러 ‘호미 포털’을 통해 2000개 이상 브랜드, 7만개 이상 기기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LG 계열 플랫폼이지만 삼성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삼성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삼성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스마트싱스는 이케아의 스마트홈 제품을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고, 공통 표준을 통해 다른 제조사의 일부 가전도 제어할 수 있게 했다. LG 씽큐에서도 삼성 가전을 제어하는 흐름이 생기면서,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예전보다 훨씬 유연한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변화는 선의의 호환성 경쟁만으로 보기 어렵다. 삼성과 LG 모두 집 안의 주도권을 애플, 오픈AI, 구글 같은 플랫폼 기업에 넘기고 싶지 않다. 스마트폰과 AI 스피커, 화면형 허브, AI 전용 기기가 집 안의 관문이 되면 가전업체는 단순 하드웨어 공급자로 밀릴 수 있다. 그래서 서로의 일부 기기를 열어주더라도, 사용자가 자사 플랫폼을 계속 켜두게 만드는 편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 삼성·LG 모두 스마트홈 앱의 사용 시간을 늘려야 한다

▲ AI 허브 경쟁에서는 연결 가능한 기기 수가 곧 경쟁력이다

▲ 타사 제품을 배제하면 플랫폼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조선일보
출처: 조선일보

매터 표준이 만든 연결의 압박

스마트홈 개방 흐름을 밀어 올리는 또 하나의 축은 ‘매터’ 같은 공통 규격이다. 매터는 제조사가 달라도 기기가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든 스마트홈 표준이다. 사용자는 브랜드별 앱을 모두 외우는 대신, 지원 규격만 맞으면 조명과 센서, 허브, 가전 일부를 한 환경에서 다룰 수 있다.

최근 매터는 카메라와 에너지 관리 영역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변화의 무게는 스마트홈이 단순히 “불 켜줘” 수준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전기요금이 낮은 시간에 전기차를 충전하고, 전력 사용량이 높은 시간에는 세탁기 작동을 늦추는 식의 자동화가 가능해진다. 집 안의 기기 제어가 생활 편의에서 에너지 관리로 확장되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가전업체의 계산도 달라진다. 앞으로의 AI 홈은 냉장고와 TV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조명, 난방, 도어락, 보안 카메라, 태양광 패널, 전기차 충전기, 배터리까지 집 안팎의 장치가 한 묶음으로 움직인다. 어느 한 회사가 이 모든 제품을 직접 만들기는 어렵다. 결국 많이 연결하고, 안정적으로 제어하고, 사용자가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는 회사가 유리해진다.

가전 교체 주기가 바꾼 수익 모델

삼성·LG 스마트홈 개방 전쟁의 배경에는 가전 시장의 성숙도도 있다. 대형 가전은 한 번 사면 8년에서 12년 이상 쓰는 제품군이다. 냉장고와 세탁기는 매년 바꾸는 스마트폰과 다르다. 신제품 성능이 좋아져도 고장 나지 않았다면 교체를 미루는 소비자가 많다.

이 상황에서 제조사는 새 기기를 많이 파는 방식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이미 설치된 가전을 계속 연결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구독형 서비스, 에너지 관리, 케어 서비스로 수익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스마트홈 앱은 그 중심에 놓인다. 앱이 집 안 기기의 상태를 보여주고, 고장 가능성을 알려주고, 새로운 자동화 기능을 제공해야 사용자는 브랜드와 관계를 이어간다.

최근 작성한 삼성 AI 가전 업데이트 흐름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가전의 가치가 구매 시점에 끝나지 않고, 이후 기능 추가와 연결 경험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커지고 있다. 사용자는 새 제품을 사지 않아도 기능이 늘어나길 기대하고, 제조사는 그 기대를 붙잡아 다음 구매와 서비스 이용으로 연결하려 한다.

AI 허브 앞에서 다시 짜이는 집 안의 권력

스마트홈 개방이 곧 완전한 자유를 뜻하지는 않는다. 같은 표준을 지원해도 실제 기능은 제조사와 출시 시기, 지역 설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경쟁사 제품을 연결할 수는 있어도 세부 기능은 원래 앱에서만 되는 경우가 남는다. 사용자가 기대하는 “모든 기기가 한 번에 완벽하게 묶이는 집”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

그래도 방향은 선명하다. AI 홈의 승자는 기기 한 대를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여러 브랜드의 기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사용자의 생활 흐름을 읽는 회사에 가까워진다. 삼성과 LG가 서로의 벽을 낮추는 장면은 경쟁이 약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집 안의 운영체제를 누가 차지할지 겨루는 경쟁이 더 커졌다는 신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음 가전을 고를 때 디자인과 가격만 보던 시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내가 쓰는 조명, TV, 에어컨, 로봇청소기, 전기차 충전기와 얼마나 잘 맞물리는지가 구매 기준으로 들어온다. 브랜드 충성도보다 연결 경험이 앞서는 순간, 스마트홈 시장의 판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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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hip-studio 운영자. 스마트폰, PC, 게임, 가전, AI 서비스처럼 실제 사용자가 검색하고 비교하는 IT 주제를 가격·스펙·사용 조건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단순 보도자료 재배포보다 구매 전 확인할 기준과 사용자가 체감할 변화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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