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AI 기기가 스마트폰 다음 자리를 노린다. 아직 확정 출시 제품은 아니지만, 알려진 방향만 놓고 보면 단순한 챗GPT 스피커보다 훨씬 공격적인 실험에 가깝다. 화면을 줄이고 음성, 카메라, 센서, 개인화 기억을 앞세워 ‘AI를 쓰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가격대로 거론되는 300~400달러는 싸다고 말하기 애매하다. 일반 스마트 스피커보다는 비싸고, 스마트폰보다는 낮다. 이 애매한 가격선이 오히려 이 제품의 성격을 보여준다. 오픈AI는 보조 액세서리가 아니라 스마트폰 옆에 놓일 새 개인용 AI 기기를 만들고 싶어 한다.
오픈AI AI 기기가 스피커처럼 보이는 이유
현재 전해진 형태는 하키퍽 크기의 도넛형 기기다. 가운데가 뚫린 원형 디자인, 배터리 내장, 집 안에서 들고 이동할 수 있는 구조가 핵심이다. 침대 옆, 책상, 주방처럼 스마트폰을 계속 들고 있지 않은 공간을 겨냥한다.
겉모습만 보면 스마트 스피커의 변형처럼 보인다. 하지만 차이는 입력 방식에 있다. 기존 스피커는 명령을 기다렸다가 음악을 틀거나 날씨를 알려주는 장치에 가까웠다. 오픈AI가 준비하는 방향은 사용자의 상황을 보고, 듣고, 기억한 뒤 대화 흐름에 맞춰 일을 처리하는 AI 우선 컴퓨터다.
화면을 뺀 것도 단순한 원가 절감으로만 보기 어렵다. 화면이 있으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바로 비교된다. 반대로 화면이 없으면 사용자는 ‘앱을 켜고 누르는 기기’가 아니라 ‘말을 걸고 맡기는 기기’로 받아들이게 된다.
300~400달러 가격표가 만드는 애매한 승부처
300~400달러는 한국 돈으로 대략 중급형 이어폰, 보급형 태블릿, 할인된 스마트워치와 겹치는 구간이다. 즉흥 구매보다는 “이걸 따로 살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이 먼저 나오는 가격이다.
이 가격이 통하려면 오픈AI AI 기기는 세 가지를 설득해야 한다.
▲ 스마트폰 챗GPT 앱보다 훨씬 편해야 한다
▲ 집 안 여러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쓸 수 있어야 한다
▲ 개인화 기능이 시간이 지날수록 체감돼야 한다
특히 첫 번째가 가장 어렵다. 이미 많은 사용자는 스마트폰에서 챗GPT 음성 모드를 쓸 수 있다. 별도 기기가 살아남으려면 “휴대폰을 열지 않아도 된다”를 넘어, 대화가 끊기지 않고 주변 상황까지 이해하는 경험을 보여줘야 한다.
가격이 낮지 않은 만큼 디자인과 소재도 중요해진다. 조니 아이브가 관여한 프로젝트라는 점은 이 부분에서 기대를 키운다. 다만 예쁜 물건이라는 인상만으로는 부족하다. AI 기기는 매일 말을 걸어야 가치가 쌓이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화면 없는 AI가 스마트폰을 바로 대체하지는 않는다
오픈AI가 장기적으로 스마트폰 이후의 기기를 바라본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하지만 첫 제품이 곧바로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제, 사진 편집, 메신저, 게임, 지도, 영상 시청처럼 화면이 필요한 일은 여전히 많다.
오히려 현실적인 역할은 스마트폰의 빈 시간을 가져오는 쪽에 가깝다. 요리하면서 일정 확인하기, 책상에 앉아 아이디어 정리하기, 집 안에서 간단한 검색과 요약을 부탁하기, 가족과 공유할 알림을 음성으로 남기기 같은 장면이다.
이런 사용 장면에서는 화면이 없는 게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 있다. 화면이 있으면 결국 또 다른 알림 창과 앱 목록이 따라온다. 화면 없는 AI는 사용자가 해야 할 조작을 줄이고, 필요한 결과만 말로 주고받는 방향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

비슷한 흐름은 웨어러블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AI 안경이나 음성 중심 기기가 주목받는 이유도 스마트폰을 없애서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꺼내기 귀찮은 순간을 잡기 위해서다. 관련해서는 이전에 다룬 9만원 AI 안경 완판 흐름과도 연결해서 볼 만하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편의와 불안을 동시에 키운다
AI 기기가 주변을 이해하려면 카메라와 마이크는 강력한 무기다. 사용자가 “이거 어떻게 정리하지”라고 말했을 때 책상 위 물건을 보고 답하거나, 주방 재료를 보고 요리 순서를 제안하는 식의 경험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같은 기능이 곧바로 사생활 논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집 안에 놓이는 기기가 항상 듣고 보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 아무리 편해도 거부감이 생긴다. 그래서 작동 중임을 알려주는 조명, 촬영 범위 제한, 데이터 저장 방식, 가족 구성원별 권한 설정이 제품 완성도만큼 중요해진다.
오픈AI가 첫 제품으로 스마트 안경이 아니라 휴대형 스피커를 택한 것도 이 지점과 닿아 있다. 안경은 외부 사람까지 촬영할 수 있어 논란이 더 크다. 집 안에서 쓰는 스피커형 기기는 상대적으로 통제 가능한 공간에 놓인다.
사용자가 실제로 확인할 부분은 기능 목록보다 설정 구조다. 카메라를 끌 수 있는지, 대화 기록을 쉽게 지울 수 있는지, 가족이나 손님이 있을 때 민감한 응답을 제한할 수 있는지 같은 조건이 구매 판단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조니 아이브 디자인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 쓰는 이유
조니 아이브라는 이름은 분명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다.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애플워치의 디자인 흐름을 만든 인물이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첫 제품의 완성도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AI 하드웨어 시장은 이미 한 차례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새 폼팩터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했고, 실제 사용자가 매일 반복해서 쓸 이유를 만들지 못한 제품은 빠르게 관심에서 밀렸다. 오픈AI AI 기기도 같은 시험대에 오른다.
핵심은 대화 품질만이 아니다. 챗GPT가 똑똑하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안다. 별도 기기는 그 똑똑함을 얼마나 덜 번거롭게 꺼내 쓰게 하느냐로 평가받는다. 전원, 호출어, 응답 속도, 가족 공유, 다른 서비스 연동, 배터리 지속 시간이 모두 체감 품질이 된다.
애플과의 영업비밀 소송도 변수다. 법적 다툼이 길어지거나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공개·출시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는 “곧 살 제품”보다 “AI 하드웨어가 어디로 가는지 보여주는 신호”로 보는 쪽이 더 현실적이다.
집 안의 두 번째 컴퓨터가 될 수 있는 조건
오픈AI AI 기기가 성공하려면 스마트폰을 이기겠다는 구호보다 집 안에서 반복되는 작은 불편을 잡아야 한다. 손이 젖어 있을 때, 아이디어를 바로 기록하고 싶을 때, 검색 결과를 읽기보다 짧게 판단만 받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찾는 기기가 되어야 한다.
그 기준에서 보면 300~400달러 가격은 부담이지만 불가능한 선은 아니다. 매일 쓰는 AI 비서에 가깝게 자리 잡는다면 프리미엄 스피커나 스마트워치와 경쟁할 수 있다. 반대로 챗GPT 앱을 스피커에 옮겨놓은 수준이면 가격표가 먼저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다음 기기는 거창한 혁명보다 생활 속 빈틈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오픈AI의 첫 하드웨어가 그 빈틈을 정확히 찌른다면, 화면 없는 작은 도넛형 스피커는 AI 시대의 새 리모컨이 될 수 있다. 실패한다면 사용자는 다시 스마트폰을 집어 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