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들에게도 ‘직업 학교’가 생겼다. 휴머노이드가 일터로 들어오는 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시장이나 IT 박람회에서나 볼 수 있는 먼 미래의 기술처럼 느껴졌다. 걷는 것조차 어색해 보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중국 현장의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 베이징의 한 훈련 센터에서는 로봇들이 매일 8시간씩 ‘직업 훈련’을 받고 있고, 일부는 이미 식당과 공장, 길거리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 중이다.
베이징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 학교’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휴머노이드 로봇 데이터 훈련센터’. 중국 관영 매체가 ‘휴머노이드 로봇 학교’라고 부르는 이곳에는 약 100명의 강사가 상주하며 로봇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술을 가르친다. 하루 8시간,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반복 훈련이 기본 일과다. 공장 라인 분류 작업부터 청소, 안마, 매장 진열, 금속 수리까지 교육 범위도 상당히 넓다.
로봇 강사가 가르치는 로봇
흥미로운 점은 이곳의 강사 중 상당수가 로봇 공학자나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일반인 출신이라는 것이다. 전직 미술교사였던 푸디 뤄 강사는 현재 공장 라인에서 물건을 분류하는 작업을 로봇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는 카메라와 컨트롤러, 모션캡처 장비를 활용해 로봇에게 동작을 반복해서 시범 보인다.
“처음에는 로봇이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한다. 내가 수동으로 조종해야 하지만, 내 움직임이 데이터를 만들어내면 로봇이 학습해 스스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강사의 동작 하나하나가 데이터가 되어 로봇의 학습 자료로 축적되는 방식이다. 그는 “로봇은 피곤함이 뭔지 모르지만, 나는 안다”고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로봇 손 하나가 익숙해지기까지 1만 번
이 훈련 센터를 운영하는 리얼맨 인텔리전트테크놀로지의 케네스 런 대표는 “우리는 본질적으로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같은 단지에 위치한 스타트업 베이징 인스파이어로봇의 사례를 보면 더 구체적으로 와닿는다.
이 회사의 윈스턴 저우 이사회 비서에 따르면 로봇 손 하나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평균 1만 번의 훈련이 필요하다. 동작 추적과 센서를 활용해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데이터화한 결과, 현재 이 로봇 손은 달걀이나 그보다 작은 물체도 집을 수 있고, 끈을 들어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사람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익숙한 동작이지만, 로봇에게는 엄청난 데이터 학습과 반복 훈련이 필요한 셈이다.
중국 로봇 산업의 전략, 전기차의 길을 따라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과거 전기차 시장에서 보여줬던 패턴을 연상시킨다. 특정 기술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점찍으면 정책과 자본을 총동원해 단기간에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이다. 전기차에 이어 이번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그 대상이 되었다.
중국 정부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글로벌 로봇 시장과 공급망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이징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이 훈련 센터는 중국 전역에 깔린 유사 시설 네트워크의 일부에 불과하다.
>머스크도 인정한 중국의 로봇 경쟁력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도 중국의 로봇 공세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지난 1월 실적 발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장 큰 경쟁은 단연 중국에서 올 것”이라며 “중국은 제조를 확장하는 데 매우 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자사 옵티머스 로봇이 손 설계 면에서는 여전히 우수하다는 자신감도 함께 내비쳤다. 머스크는 손이 로봇 훈련에서 가장 숙달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지점으로 꼽았다.
훈련을 마친 로봇들의 현장 배치
로봇 ‘직업 학교’의 교육은 교실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훈련을 마친 로봇들은 실제 현장에 투입되어 자신의 기술을 시험한다.
식당과 길거리에서 만나는 로봇
이미 중국의 일부 식당에서는 로봇이 요리사와 바텐더, 종업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교차로에 서서 교통을 정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등장했다. 동네 가게에서는 물건을 진열하고 손님을 안내하는 로봇도 목격된다. 물론 아직은 모든 과정에서 인간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기술 고도화 속도를 고려하면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일을 처리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일자리 대체 논란과 로봇 학교의 역할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이 훈련 센터의 목표는 다르다. 리얼맨 인텔리전트테크놀로지의 케네스 런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목표는 인간에게 위험하거나, 사람들이 하기 꺼리거나 두려워하는 반복 작업을 떠맡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도 인간을 대체할 의도는 없다”
물론 기술이 발전할수록 ‘위험한 일’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는 단순 반복 작업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꽤 복잡한 업무까지 로봇이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이들이 강조하는 지점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보조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에 머물러 있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우리나라도 AI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주도의 휴머노이드 프로젝트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병원과 산업 현장 등에서 실증을 준비 중이다. 관련 소식은 한국형 AI 휴머노이드, 2030년 현실이 된다? 정부 504억 프로젝트 총정리 글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니 참고해보시길 바란다.
중국의 로봇 학교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분명하다. 단순한 하드웨어 개발을 넘어 로봇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훈련 시스템, 인프라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민관협력 K휴머노이드 본격화에 대한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국내에서도 다양한 실증 사업이 진행 중이며 로봇 상용화를 위한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는 로봇이 직업 학교를 다니며 사회 초년생이 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한때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광경이 이제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며,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만들어내는 시너지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머지않아 우리 일터에 로봇 동료가 생기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어떤 모습일지, 지금 중국의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